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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5

【윤선희 씨】 북한식 김치, 어딤채를 만나보세요

2014-12-26 뷰카운트42949 공유카운트27

예로부터 김치 맛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녀왔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서울까지.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김치를 추가하고 싶다는 김치 명인이 등장했습니다. 어릴 때 북한에서부터 먹고 만들었던 생선이 들어간 김치, ‘어딤채’를 통해서 말이죠.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딤채를 널리 알리고 업계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꼭 남기고 싶다는 윤선희 씨.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출발점에 선 그녀를 만났습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북한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 윤선희 씨. 전문직에 종사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선희 씨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전 한국으로 건너간 친척 때문에 생긴 ‘월남자 가족’이라는 낙인은 선희 씨 가족을 평생 따라다녔습니다. 오랫동안 당한 사회적인 차별과 서러움은 선희 씨를 힘들게 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 주던 남편마저 지난 2003년 세상과 이별을 고한 뒤, 그녀는 탈북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과 태국을 거쳐 마침내 선희 씨는 2008년 한국 땅에 발을 디디게 됩니다. 한국에 오기까지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고, 지칠 법도 했지만 선희 씨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 남겨둔 어머니와 아들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기 때문입니다.
“남은 가족들을 한국에 데리고 오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했어요. 그리고 2010년 어머니와 아들 혁이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었죠. 두려움도 앞섰지만 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었거든요.”
선희 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 혁이는 지금도 어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성실함은 나의 무기

선희 씨는 함경북도 있던 한 고기국집에서 15년이나 근무하며 요리 실력을 쌓은 실력자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경력을 살려 다양한 요식업체에서 근무했는데,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보기 위해서였죠. 훗날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창업하고 싶었던 선희 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보고 배우며 실력을 다졌습니다. 샤브샤브, 설렁탕, 국숫집, 피자, 베트남 쌀국수 등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며 3년의 시간이 흘렀고 다양한 조리 노하우를 익히게 됩니다. 조리학교에 등록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8월에 한식당을 창업했어요. 꿈같은 시간이었죠. 하지만 상가 임대차계약에 익숙지 않았던 탓에 1년 6개월 만에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어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때쯤 선희 씨의 머릿속을 채운 아이템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북한식 김치인 ‘어딤채’였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파란불이 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맛과 영양을 모두, 어딤채 속으로

물고기 ‘어(魚)’자에 김치의 순우리말인 ‘딤채’가 결합된 ‘어딤채’는 글자 그대로 각종 물고기를 넣고 발효시킨 김치를 뜻합니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북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급된 김치라고 하는데요. 어딤채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단연 시원한 맛입니다. 배추 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버무리기 때문에 담백하면서도 깨끗한 맛이 특징입니다. 명태, 가자미, 오징어, 갈치, 조갯살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생선을 넣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영양학적 우수성 역시 뛰어나다고 선희 씨는 말을 잇습니다.
“한국 김치는 젓갈로 간을 하는데, 어딤채는 젓갈 대신 생선이 들어가요. 생선이 단백질도 보충해주고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이 많이 생겨 장 건강에도 참 좋아요.”
생선이 3개월 이상 숙성되면 탄탄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을 자랑한다는 어딤채. 선희 씨는 평생 식탁에 올리며 몸소 느낀 어딤채의 장점을 한국에도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작은 꿈이라고 전합니다.


이름을 내걸고 세상 앞에 도전하다

선희 씨가 어딤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건 이미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경험한 덕분입니다. 한식당 운영 당시 김치와 깍두기를 반찬으로 준비했는데, 선희 씨만의 비법으로 만든 함경도식 김치 맛에 반해 다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김치가 맛있다며 앉은 자리에서 두 접시를 뚝딱 해치우는 단골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한번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선희 씨가 직접 만든 어딤채를 맛보기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호응이 좋았고 상품평도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 기업이 주최한 김치 나눔 행사에 대표로 발탁되어 함경도식 어딤채 김치를 선보이기도 했다는 선희 씨. 여러 과정을 거치며 어딤채의 성공을 확신한 선희 씨는 김치학교를 이수하고 시장을 분석한 후 마침내 2014년 4월 어딤채 제조 전문 업체를 창업했습니다.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양념을 발효시키고 김치를 만들어내기까지 선희 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과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처럼 정성을 다해 버무리는 김치 맛은 차차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맛을 보고 반한 손님들은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고 하네요. 홍보와 영업까지 불철주야 뛰고 있는 선희 씨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드는 건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고객들의 찬사가 아닐까요?
“한국 사람들에게 어딤채의 맛을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죠. 막연했던 바람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또 여러 단체에 직접 방문하며 어딤채의 맛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영업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희 씨는 어딤채뿐 아니라 가자미식해, 젓갈류 등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메뉴를 추가하고, 따로 직원을 둬 정육 소매 공급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프트카는 우리 사업의 기폭제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 중인 선희 씨에게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바로 배달 문제입니다. 만드는 것만큼이나 빠른 배송이 필수인 김치를 대중교통을 통해 배달하기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고민이 깊어갈 무렵 기프트카를 알게 되었고, 선희 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대부분은 김치를 주문하면서 배달까지 함께 원하세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했지만 동시에 배달할 생각을 하면 막막했습니다. 심지어 배달이 힘들어 주문 자체를 받지 못 했던 적도 여러 번이었어요. 배달을 원활히 해야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차량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죠..”
배달 차량만 있다면 지금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하는 선희 씨. 선희 씨의 인생 그래프는 이제 ‘행복’이라는 다음 단계를 준비 중입니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며 한국에서 자리를 찾아가고 싶어요. 한국 요식업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거예요. 한번 드셔본 분들은 꼭 다시 찾는 윤선희 표 어딤채 김치로 거듭나 김치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꿈이랍니다.”

바쁘지만 누구보다 웃을 일이 많다는 요즘, 선희 씨의 목소리에는 내내 당당함과 자신감이 흐릅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기지개를 편 선희 씨의 앞날을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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