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서 산양을 기르고 있는 김상철 씨. 직접 짠 산양유로 발효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치즈의 본고장 스위스에서 낙농 연수를 받고 돌아와 30년간 치즈 명인의 길을 걸어온 김상철 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세계적인 스위스 치즈를 배우다
김상철 씨는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었지만 단란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상철 씨.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 속에 대학까지 무사히 마치게 됩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상철 씨는 고향인 전라북도 임실군에서 벼농사를 짓기로 합니다.
"사실 임실의 상징인 '치즈' 사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감히 도전할 자신이 없었어요. 낙농업의 기반인 목장을 갖출 자본이 없었거든요.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벼농사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몇 해간 벼농사를 거쳐 자본을 마련한 상철 씨는 꿈꾸던 낙농업 도전에 나섭니다. 그런 상철 씨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데요. 바로 스위스와 한국 간 농민 교환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입니다. 덕분에 상철 씨는 1년 동안 치즈의 본고장 스위스에서 치즈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우유 생산에서 유제품 가공, 치즈 제조, 유통까지 전문 경력을 풍부하게 쌓았습니다. 연수를 마친 상철 씨는 임실군에 목장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낙농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동시에 순천대학교에서 치즈 분야 석사, 박사 학위까지 밟으며 전문성을 더해갔습니다.
임실 '치즈마을'의 탄생
사업을 키워나가던 도중 IMF를 겪게 된 상철 씨는 경제적으로 난관에 부딪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각오로 한국 최초 '목장형 치즈 공방'을 짓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상철 씨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에서 가공,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소규모 치즈 공방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스위스의 여러 소규모 치즈 공방을 경험하고 나서 국내에도 이런 공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치즈에 집중해 다양한 제품을 연구했습니다. 또 치즈가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라며 '치즈 만들기' 체험 행사도 만들었어요."
치즈 만들기 체험행사를 운영한 후 마을은 '임실 치즈마을'로 새롭게 불리기 시작했다는데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임실 치즈마을 탄생에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상철 씨는 연 매출 수십 억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위기
하지만 사업이 점점 커질수록 상철 씨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스스로 경영 분야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상철 씨는 경영을 책임질 전문 CEO를 모셔오기로 하고, 자신은 생산, 가공과 같은 제품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오히려 독이 되었고 경영 위기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기농 우유를 공급해주던 목장과의 거래가 끊기며 유제품 생산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당시 유기농 유제품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상철 씨 회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둘러 유기농 우유를 공급해줄 다른 목장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어요. 유기농 목장으로 인증받는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유기농 목장이 몇 없었거든요. 결국, 연이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을 맞게 되었어요."
새로운 가족, 산양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은 상철 씨는 전라남도 구례군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상철 씨의 사연을 듣고 무상으로 빈집과 목장을 제공해준 것입니다. 상철 씨는 그곳에서 젖소를 키우며 새 출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목장은 바위가 많고 가파른 지형이라 젖소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젖소를 처분하고 산에 서식하는 산양을 키우기로 합니다.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물이 있는 지리산 자락의 해발 550m 고지라 산양을 키우기에 아주 좋아요. 예전부터 산양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산양유는 모유와 가장 근접한 동물의 젖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산양유는 거부 반응 없이 마실 수 있죠. 소화도 잘되고 몸에 좋은 산양유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상철 씨는 매일 2번, 직접 산양 젖을 짜서 산양유, 요구르트, 치즈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담긴 산양 유제품
서울 '마르쉐@'부터 장흥 '마실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플리마켓을 돌며 직접 생산하고 가공한 산양 유제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부쩍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산양 유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데요, 성공 가능성을 엿본 상철 씨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니다. 산양유 목장 규모를 점점 키워나가던 중이라 생산량을 늘리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는데요. 문제는 제품을 신선하게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유제품을 먼 곳까지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냉장 시설을 갖춘 차량이 필요해요. 하지만 고가의 냉장 탑차를 마련할 길이 없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이스박스를 활용해 유제품을 운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송할 때마다 사업용 차량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마르쉐@: 농부, 요리사, 수공예작가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농부시장
희망의 불씨를 켜다
상철 씨는 차량 마련을 고민하던 중 아내에게서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기프트카 캠페인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차량은 물론 창업 지원금, 체계적인 컨설팅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꿈만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기프트카가 생기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데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산양유를 소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프트카는 움직이는 산양유 가게가 되어 줄 거예요."
상철 씨는 기프트카와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며 신청서를 채워나갔습니다. 꼼꼼한 준비를 마친 상철 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프트카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최고의 산양유 치즈를 꿈꾸며
탄탄한 사업계획과 높은 사업성 덕에 꿈에 그리던 신선함을 얻게 된 상철 씨. 기프트카 덕에 산지 그대로의 신선한 산양유를 전국 어디에서든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양에 푹 빠져있는 상철 씨의 꿈은 국내 최고의 산양유 치즈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 목표는 국내에서 최고로 꼽힐 산양유 치즈를 만드는 거예요. 숙성 과정을 거친 치즈는 좋은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완성 식품과도 같아요. 몸에 좋은 성분들이 가득 들어있고 체내 흡수도 빨라 건강에 좋죠. 사람들이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산양유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고 싶어요."
30년간 치즈를 연구하며 최고의 실력을 갈고 닦아온 상철 씨. 치즈 분야에서 '김상철'이라는 이름 석 자가 브랜드가 되는 그 날까지, 더욱 힘차게 나아가리라 다짐합니다. 앞으로의 10년, 20년이 더욱 기대되는 상철 씨의 열정 가득한 행보를 응원합니다!